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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161103 자원봉사자의 일기 - 곽동훈(용인대 경호학과, 중앙동푸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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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814회 작성일 19-05-10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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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03 자원봉사자의 일기 - 곽동훈(용인대 경호학과, 중앙동푸른학교)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들

 

곽동훈 (중앙동푸른학교 용인대 경호학과)

 


나는 대학생이고 동시에 선생님이다. 짧게나마 나와 나를 선생님으로 불러주는 아이들의 추억을 짧게나마 담아보려 한다.

 

2015년 4월, 한국장학재단 청소년지원사업을 통해 중앙동 푸른학교에 첫 발을 내딛었다. 초등학생, 중학생으로 이루어진 푸른학교에서 나는 주로 초등학생의 국어, 수학 교육과 멘토를 담당했다. 이제껏 태권도장에서 사범 생활을 한 것 말고는 생전 아이들을 가르쳐 본 일이 없던 터라 막막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제대한 이후로 꾸준히 꿈꿔온 일이라 긴장과 설렘으로 시작해 온갖 만감이 교차했고 그렇게 처음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처음의 걱정과는 달리 놀랄 만큼 밝고 명랑해 ‘혹시나 어려워하면 어쩌나’ 했던 내 걱정은 금세 씻겨 내려갔다. 평소 아이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던 내 눈에는 살갑게 다가와 준 아이들이 마냥 귀엽고 예뻤다. 물론 매일 그런 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아이들과 싸우기도 했고 잘못했을 때 필요 이상으로 혼내 울리기도 하며, 그런 날이면 집에 가는 길 내내 후회가 가슴 한 구석이 물밀 듯이 차오르곤 했다.

 


아이들과 익숙해질 무렵의 일이다. 평소에 말썽 부리는 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는 늘 수업 시간에 문제집을 푸는 둥 마는 둥 하며 매일 진도가 밀리곤 했는데 어느 날, 반에서 제일 먼저 문제집을 풀고 내게 들이밀었다. 놀래면서 **의 문제집을 살펴보다 **이가 있던 책상에 답안지를 두고 온 걸 본 나는 확신했다. **가 답안지를 베껴 문제를 풀었다고. 심지어 **이의 문제집에는 문제를 푼 적 이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아 **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몇 분이나 혼냈다. 잔뜩 기분이 상한 **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고 한참 후에 본 **이의 책상에는 문제를 푼 흔적으로 가득한 연습장이 놓여 있었다. 순전히 내 편견으로 비롯된 잘못이었다. 후에 **에게 사과를 했지만 나한테서 느끼는 실망감은 쉽게 떨쳐지지가 않았다. 늦게나마 깨달았지만 편견을 가진 채로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그 날을 계기로 편견은 모두 지워버리고,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1년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속에서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 독서시간, 매일같이 전쟁을 방불케 했던 수업시간, 다양한 여러 활동을 통해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 역시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나 또한 몸만 어른이지 아이들처럼 똑같이 토라지고 심술피우고 웃고 슬퍼하는 그저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작년 4월에서부터 열심히 추억을 만들어가는 중에 있다.

 

요즘 종종 드는 생각이 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랐을 때, 나를 기억할 수 있을까’

하고. 그리고 돌아보면 나조차도 유년시절이 가물가물하니 그 때 날 몰라봐도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려니 싶다. 서글프겠지만 생글 웃는 얼굴을 보고 있자면 그걸로 만족한다. 우리가 언제 헤어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 매 순간 아이들과 행복했으면 한다. 한참 모자란 내게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이 예쁜 아이들이 늘 건강하고 즐거운 일만 가득했으면 싶다. 아이들이 한 뼘 더 자라는 걸 바라보며 나 또한 한 뼘 더 배워가는 시간의 끝에서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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