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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090825 인철선생님이 교사글적이에 올려놓으신거 일부 옮겨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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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543회 작성일 19-05-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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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25 인철선생님이 교사글적이에 올려놓으신거 일부 옮겨놨습니다


인철선생님이 교사글적이에 올려놓으신거 일부 옮겨놨습니다.
평가제를 준비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또한
 인철선생님의 심정이 대부분 우리 교사들의 심정인듯 하여
 이번 평가제를 끝내고 이에 대한 평가를 날카롭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방을 왜 시작했는지....
무엇때문에 하고 있는지.......
도대체 기준이란 무엇이고 평가제를 왜 하고자 하는지, 본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 돌아봐야 할 대목이라 여기며


 평가제 준비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몇자 적습니다.
다들 같은 마음이실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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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같은 달콤한 휴가가 끝났다.

짧은 휴가 때문인지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사라졌다. 휴가를 다녀오기 전까지는 꼭 죽을 것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두 눈이 바닥으로 쏟아 질 것 같은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피곤은 항상 입안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내 입안에 염증을 달고 살았다. 거의 석 달을 그렇게 보냈다. 한 달 전부턴 정신력으로 버텼던 것 같다. 때로는 다 포기하고 한 일주일 병원에 입원을 해버릴까? 싶을 정도로 요근래 나는 심신이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더 고생을 해야 함을 나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공부방 교사가 되기 전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적어도 일 년에 두세 번은 아프다는 이유로 결근을 했다. 생각해 보니 지난 4년간 개인적으로 휴가를 써 본 적이 없다.

그런 가운데 이번 여름휴가는 짧지만 적어도 내게 육체적 평온은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런 육체적 평안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평가제를 준비하려면 심신이 모두 평안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사실 휴가 이후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이러구러 미뤄둔 공부방 운영 서류도 많지만 정작 문제는 9월4일에 있을 평가제다. 그것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숨이 턱턱 막혔다. 누군가 말했듯이 온 세상이 (시커먼) 평가제의 얼굴을 하고 똘똘 뭉쳐서 나를 벼랑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평가제, 필요하긴 하다. 아동을 보호하는 공부방이라면 당연히 준비해야 할 서류와 문서들이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평가제일까. 혹시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되버리는 것은 아닐까? 시작은 그것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평가제여.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피곤 하리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기껏 월 운영비 백여 만 원 더 올려준다는 명목으로 매순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선생님들이 거의 한 달, 아니 두 달 가까이 일년에 한두번 볼까말까한 서류(?) 작성에만 매달려야 한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수급권자, 차상위, 다문화 가정 등등으로 구분 한 채 점수를 매기는 것도 웃기는 짓거리다. 수천 개의 공부방을 일렬로 죽 세워서 평가를 한다는 것도 웃긴다.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들은 자기 관할 구역 공부방의 평가 점수에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부방은 공부방대로 또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경쟁이다. 이건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평가의 기준이나 이유야 그럴듯하게 들려오지만 과연 우리 같은 실무자들의 생각도 그럴까? 웃기는 소리다. 긴말 필요 없다. 평가제를 확실히 하려면 먼저 운영비 지원을 제대로 해라. 최소 육백만원이다. 그러면 평가제 아니라 평가제 할아버지라도, 최소한 나는, 군말 안한다. 하지만 [예결위]의 고매하신 윗분들은 작년 연말에 지역아동센터에 증액된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림으로서, 최소한 나만이라도, 군말없이 평가제를 따를 기회를 스스로 잃어버렸다. 공부방 교사는 자원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한 지자체 공무원의 말은 또 어떤가? 그의 생각이 모든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생각이 아니길 예수님, 부처님, 마호메트, 그리고 중동의 사막 어딘가에 꿋꿋이 숨어 있을 [오사마 빈 라덴]에게 빌 뿐이다.

평가지표를 연다. 아이들 숫자를 세고 점수를 매겨본다.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방을 학원이라고 하지 공부방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 까놓고 말해서 쪽팔리니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교사로서 속상하지만 이해가 간다. 이렇듯 공부방을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는 일일텐데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 의해서 1점, 혹은 0.5점  하는 식으로 점수가 매겨진다는 사실을 알면 아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차상위에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은 공부방을 다닐 수 없다. 다니려면 부모님들이 우리가 차상위에 들어간다는 증빙자료를 일일이 동사무소 직원이나 학교 기관장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하거나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만들어 와야 한다. 이건 평가제 이전에 학부모와 아이들 [인권]의 문제다.

몇일 전 평가제 때문에 급히 학부모 회의를 진행했는데 차상위 기준(건강보험료)을 말씀드렸더니 한 아이의 어머님 안색이 파랗게 질린다. 이 얼마나 코미디 같으면서도 비극적인 일인가? 영국의 오만함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그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에도 이런 상황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족이지만, 세익스피어가 아무리 위대한 작품을 쓰고 당대와 지금을 아울러 가장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들지라도 어떻게 감히 그들이 겨우 무거운 투구와 갑옷을 뒤집어 쓴 채 아더왕의 전설을 만들어내며 그제서야 야만의 시기를 벗어나기 훨씬전부터 찬란한 고대 문명을 잉태한 '인도'라는 나라와 비교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 몰상식한 말을 내뱉은 영국은 지금이라도 총리가 나서서 겐지스강에 몸을 씻고 있는 인도의 한 순례자에게 정중히 사과를 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정기 점검, 위생 점검도 나를 지치게 한다. 요즘엔 거의 한 달에 두세 번은 나오는 것 같다. 그것도 필요한 일이니 그렇다 치자. 담당 공무원은 툭하면 '긴급'이메일을 띄우고 오늘 몇 시까지 자료를 보내란다. 그들도 물론 사정이 있겠지만 해도 너무한다. 그러면 아이들과 수업하다 자습시켜놓고 그들이 요구한 서류를 작성하느라 모니터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한다. 화기애애하고 평온하던 교실 분위기는 어찌되었을까? 당근 아수라장이다!

‘도대체가 별다른 특이 사항이 없는 공부방 이용 아동 현황은 왜 허구 헌 날 보내 달라는 건지!!’ 

평가이후의 상황은 또 어떨까? 상위 10퍼센트는 인센티브를 주고 하위 10퍼센트는 지원금을 깎거나 아예 중단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확인 안 된 소문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이 하달한 평가제 준비를 해야 하는 선생님들은 지금 이 순간 모든 것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주 수원에서 열린 평가제 교육을, 이때도 물론 수업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음, 할 때 담당 공무원은 평가제는 올해가 처음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또 나중엔 자기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말을 바꾼다. 평가제 교육은 공청회나 설명회가 아니라 거의 지침 하달 수준이다.

교육이 끝나고 나니 여기저기서 질문이 쇄도 한다. 질문자들의 표정은 다들 아연 실색이다. 담당 공무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몇몇 질문에 난색을 표하더니 시간이 없다며 궁금한 사항은 입구에 준비된 서면용지로 물으란다. 이미 자기들끼리 평가 지표, 방법, 기준 다 정해놓고 일방적으로 따르라는 분위기다. 더구나 9월4일이던 서면 평가서 제출일이 8월25일로 당겨져 버렸다. 대충 헤아린다 해도 준비할 서류가 오십 가지가 넘는다. 나도 아연 실색이다. 우리만 몰랐던가? 시군구 보고를 먼저 해야 하니 거기에서 또 몇일을 당겨서 제출해야 함은 안 봐도 비디오다. 제출한 서면 평가서를 기준으로 현장실사는 9월중에 나온단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담당 공무원에게서 메일이 왔다. 20일까지 제출이란다. 비록 서면이지만 준비 기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나는 지금 주말인데도 사무실에 있다. 때로 나는 일벌레(?)가 되어 버린것 같다. 카뮈의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은 무료하기라도 하지. 성격상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사무실에 나와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지만 마음만 급할 뿐 무엇부터 손을 대야할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당연히 진척은 없다. 그냥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가 하염없이 이런 넋두리를 해대고 있다.

때로 산다는 것에 의문(?)부호를 붙이기는 하지만 요즘엔 공부방 교사를 한다는 것에 의문 부호를 많이 붙이게 된다. 아니 늘 그랬다. 나날이 강도만 더 세졌을 뿐이다. 무엇 때문에 사는가? 무엇 때문에 이 짓거리(?)를 하는가? 처우나 급여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두운 사회의 단면을 작은 등불로나마 비추고자 하는 공부방 교사들의 노력과 헌신을 지금 심정으로  나는 그저 짓거리(?)라는 표현으로 쓸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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